모스크바에서도 "문제는 푸틴"...러시아, 2018년 이후 최대 규모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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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1-2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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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전역서 4만명 규모 시위...다음 주말 2차 시위도 예고

  • 29일 나발니 실형 선고 유력...9월 총선·24년 대선 영향 줄까?

"만약에 대비해 말씀드립니다. 지금 저의 정서 상태는 완전히 안정적입니다. 이곳(감옥)에서 자살할 계획도 없으며, (돌연사에 대비해) 매일같이 우주 비행사처럼 계단조차 아주 조심스럽게 걷고 있습니다. 저는 술도 마시지 않기에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를 일으킬 일도 없습니다" (지난 22일, 알렉세이 나발니의 인스타그램)
 

22일(현지시간) 알렉세이 나발니 인스타그램.[사진=인스타그램]


러시아에서 3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반(反)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촉구하며 일어난 시위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도 고조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러시아 인권감시단체 OVD-인포(OVD-info·오픈데모크리시-인포)는 전날 밤 나발니의 석방을 촉구하기 위해 러시아 전역에서 발생한 반정부 시위로 이날 새벽 4시30분 기준 3296명이 체포됐다고 집계했다.

각 도시별로는 △모스크바 1294명 △상트페테르부르크 489명 △노보시비르스크 92명 △보로네슈 90명 △니즈니노브고로드 88명 △카잔 58명 등이다.

23일 로이터는 이날 최소 66개~100여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시위에 약 4만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했으며, 영국 가디언은 2012년 이후 지난 10년 동안 가장 큰 규모의 푸틴 규탄 시위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러시아 야권 집계와 언론을 종합해 △모스크바 푸시킨 광장에는 최소 1만5000명 △상트페테르부르크 세나트 광장에는 5000명 △야쿠츠크와 블라디보스토크 등 극동 시베리아 지역에선 1만5000명 이상이 거리로 나왔다면서 지난 2018년 연금 개혁 반대 시위 이후 러시아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라고 전했다.

특히, 외신들은 이날 모스크바 지역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수도인 모스크바는 다른 지역에 비해 러시아 정부가 강하게 통제하는 데다 향후 선거에 미치는 여파가 크기 때문이다. 

한편, 러시아 내무부는 모스크바 내 시위자 규모를 4000명 수준으로 보고했으며 전국의 체포 규모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상태다. 당국은 이날 시위를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일찌감치 금지하면서, 당일 시위대와 경찰 진압대 사이의 충돌이 격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유된 영상에서 경찰은 방탄복을 입고 곤봉을 들고 시위대를 진압하는 한편 시위대는 자리에서 물러서지 않거나 눈덩이를 던지는 등 저항한다. 경찰의 구타로 일부 시민은 머리에서 피를 흘리거나 의식을 잃는 모습이 확인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러시아는 자유로워질 것이다', '나는 두렵지 않다', '무법에 반대한다'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나발니를 석방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으며, 다음 주말인 30~31일에도 다시 거리로 나오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날 시위대가 석방을 요구한 야권 지도자 나발니는 작년 8월 푸틴 정권의 공작으로 의심되는 독극물 암살 시도로 혼수상태에 빠진 후 독일 베를린에서 치료를 받고 지난 17일 귀국했다.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나발니 석방 촉구 반정부 시위.[사진=로이터·연합뉴스]


귀국 당시부터 그가 도착하기로 했던 공항에는 지지자들이 모여 푸틴 정권에 항의 시위를 벌였고, 이에 러시아 당국은 도착 예정 공항을 한 차례 바꾼 후 입국 수속 직후 공항에서 곧바로 체포했다.

당시 나발니는 공항으로 '출장'을 나온 법관에 의해 30일간의 구속 처분을 받고 정치범 수용소로 악명 높은 모스크바 시내의 '마트로스카야 티시나 수용소'에 수감됐다. 러시아 교정 당국인 연방형집행국은 나발니가 지난 2014년 집행유예 처분 의무를 지키지 않아 수배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당국은 당시 나발니가 정치 기부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이유로 사기 혐의를 제기한 후 유죄 판정을 내렸으며, 오는 29일 그에 대한 집행 유예 판결을 취소하고 실형으로 전환하려는 재판을 예정했다. 언론은 이날 재판부가 나발니에 대해 최소 3년6개월에서 최대 10년형을 선고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나발니에 대한 독극물(노비촉) 암살 시도를 부인하면서 나발니의 노비촉 중독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나발니는 체포에 대비해 유튜브에서 푸틴이 실소유했다고 추정하는 러시아 남부 흑해 연안 휴양지인 겔렌지크에 소재한 11억 유로 가치의 비밀 저택과 푸틴의 숨겨진 딸인 2003년생 엘리자베타(인스타그램 계정은 루이자)의 존재를 폭로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러시아에는 올해 9월 총선이, 오는 2024년에는 대선이  예정해 있으며, 푸틴 대통령은 작년 헌법 개정으로 2036년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지만 아직 차기 대선 출마 여부를 밝히진 않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나발니 석방 촉구 반정부 시위.[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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