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진료를 위해 병·의원에 방문하게 되면 종종 패키지 결제에 대한 권유를 받게 된다. 매번 결제를 하면 회당 15만원을 내야 하는데, 지금 특별 이벤트 기간이라 12회에 100만원이면 된단다. 반복적인 시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에는 패키지 결제를 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고 느껴지도록 가격이 영리하게 잘 설정돼 있다.

이처럼 비급여진료비를 할인해 주는 대신, 진료비를 한꺼번에 받는 소위 패키지 시술이 성행하고 있다. 소비자를 속이는 방법으로 비급여진료 비용을 할인하는 내용의 광고는 의료법 제56조 제2항에 의해 금지되고 있지만, 진료비 할인이나 패키지 할인 자체가 기만적인 것은 아니다.

문제는 환자가 집으로 돌아가 곰곰이 생각해보고 이성을 찾은 후에는 계획에 없던 과도한 지출을 취소하고 싶어진다는 점이다. 이럴 때 환불 금액과 방법, 위약금 등을 둘러싼 언쟁이 벌어지곤 한다.

먼저 병원 정책상 패키지 진료에 대해 절대 환불을 해줄 수 없다고 배짱을 부리는 병원이 있는데, 이는 다들 잘 알고 있다시피 적절하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피부과 시술의 경우 환자의 단순 변심으로 계약을 해지하고자 할 때 총 진료비의 10%를 위약금으로 제하고 환불해 주도록 권고하고 있고, 성형외과의 경우에도 수술 예정일 3일 전까지는 진료비의 10%를, 2일 전에는 50%를, 1일 전에는 80%를 각 제하고 환불을 해주도록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무조건 환불을 해줄 수 없다고 버티는 것은 좋지 않다.

문제는 환불 금액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패키지 결제”를 조건으로 할인을 해줬기 때문에, 환불을 해줄 때까지 그런 혜택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즉, 이미 받은 시술은 정상 가격으로 계산한 후 남은 금액만 환불해 주겠다는 병원들이 많다. 이 때문에 환자들과 잦은 분쟁이 발생한다. 병원 측 입장에 일리가 있다. 환자가 패키지로 결제한 후 1~2회만 시술을 받고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에까지 할인 가격으로 처리해 준다면 패키지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서비스 횟수로 계약한 경우 치료 횟수에 해당하는 금액 공제 후 환급함” 이라고 명시함으로써 사실상 환자 측 손을 들어주고 있다. 전체 진료비의 10%를 위약금으로 제할 수 있을 뿐이다.

물론,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분쟁 조정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뿐이므로, 강제적 효력이 있는 절대적 기준은 아니다. 소비자보호원이나 열린소비자포털 행복드림 등에 조정을 요청했을 때 하나의 “권고 기준”으로 활용될 뿐이다.

따라서 그 병원만의 적법한 치료비 환불 규정을 만들어서, 이를 미리 환자에게 잘 설명하는 것이 가장 좋다. 병원이 만든 기준이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과 완전히 일치할 필요는 없다. 환자가 너무 과도한 금액을 손해 보도록 하지만 않는다면, 사적자치의 원칙상 계약의 효력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레이저 시술 패키지에서, 환자에게 “1회당 15만원이고, 10회에 100만원이지만 10회를 다 받을 경우 2회를 추가해준다. 2회는 결제 금액에서 제외된다. 환자의 단순 변심으로 중간에 환불을 요구할 경우 위약금으로 20만원을 제하고 남은 횟수에 비례하여 환불한다”라고 명시한 계약서 또는 동의서를 교부하고 서명을 받아 놓는다면, 위법한 환불규정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위 규정을 미리 고지했다면, 중간에 환자로부터 환불 요청을 받았을 때 양 당사자가 합의한 방식대로 금액을 정하여 환불해 준다고 해도, 추후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낮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비급여진료 비용과 패키지 할인, 환불에 관한 내용이 모두 환자에게 적절히 고지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고지되지 않았다면, 아무리 잘 만들어진 환불규정이라도 의료법 제45조(비급여진료 비용의 고지) 원칙상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병원의 패키지 시술에 관한 환불 규정이 위법하지는 않은지, 그 안내는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해 보자.

 

<오승준 변호사 약력>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이화여자대학교 로스쿨 외래교수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의료,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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