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 불복 의사당 총기 난입, 위기 봉착한 미국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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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주의의 심장부인 의회가 총기 시위대에 의해 점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을 확정 짓는 6일(현지 시간) 워싱턴DC에서 수천 명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회를 점거해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4명의 사망자까지 발생해 미국 민주주의 역사에 최악의 오점을 남겼다. 지난해 11월 대통령 선거 이후 투·개표 논란과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등 진영 간 갈등이 폭발한 것으로 미국 사회의 민낯이 드러난 셈이다. 그러나 세계 리더국인 미국의 이런 혼란상은 타국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세계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미국 민주주의가 하루빨리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바이든 당선 확정 날, 사망자도 4명 발생

트럼프 시대 폭력적 종말, 최악 오점 남겨


정권 교체기를 맞은 미국에서 정치 후진국에서나 볼 법한 폭력 사태가 발생한 것은 ‘미국 민주주의의 치욕’이다. 각국 정상들도 “수치스럽고 상상할 수 없던 장면”이라며 한목소리로 폭력 사태를 규탄하며 우려와 실망을 표명했다. 특히 사태 배경에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매우 높다. 지난해부터 줄곧 선거 결과에 불복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시위대 앞 연설에서 지지자들을 의회로 향하도록 독려해 폭력 시위를 선동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적대와 분열을 지렛대로 삼아 자국 민주주의의 추락을 부추긴 셈이니, 트럼프 시대의 폭력적인 종말이 너무 안타깝기만 하다.

당선 당시에도 안팎의 우려를 샀던 트럼프 대통령은 퇴임할 때에도 결국 특유의 좌충우돌 성격으로 미국 민주주의에 대참사를 유발하고야 말았다. 초기부터 국민 통합과는 담을 쌓은 채 철저하게 지지자 중심의 진영 논리에 따라 움직여 온 지도자의 행태가 결국 국가에 어떤 해악으로 나타나는지 똑똑히 보여 주는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관용 없는 태도와 희생양 찾기, 자기중심적인 언행과 세계관, 분노와 불안에 기반한 진영 정치로 인한 폐해의 극단을 이번 미국 사태가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정치 풍토나 배경의 다름을 거론하기에 앞서 우리나라의 정치 지도자들도 반드시 되씹고 유념해야 할 반면교사가 아닐 수 없다.

오는 20일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일어난 미 의회의 총기 난입 사태는 단지 미국 내부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미국은 여전히 부인할 수 없는 세계 최강국이다. 우리나라로서도 미국은 유일한 동맹국으로, 안보·경제·문화 등 분야에서 미국의 영향은 매우 크다. 특히 올해는 미국 새 행정부 출범에 따라 북한과 핵 문제 협상 등 한반도 정세에 있어서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로 전망된다. 이런 때에 미국의 정치 혼란은 우리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의 정치 혼란은 미국의 위상과 국익에도 엄청난 손실이다. 미국이 하루빨리 안정을 회복해 민주주의의 굳건한 지킴이로 돌아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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