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특검, 이재용에 징역 9년 구형
'최후의 진술'서 이건희·준감위 언급
"준감위 통해 삼성에 도덕·투명성 갖출 것"
'준감위 활동 미비' 비판 지속…구형 영향 전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스트레이트뉴스 신용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부친인 고 이건희 회장과 준법감시위원회를 언급하며 준법경영 의지를 강조했다.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9년을 구형한 가운데,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은 내년 초에 나올 최종 선고를 기다리게 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30일 파기환송심 최후진술을 통해 과거 잘못을 사과하고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 이건희 회장 별세 후 홀로 선 자신이 이끌 '뉴삼성'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과거의 잘못은 모두 자신의 책임이며, 최고 수준의 도덕·투명성을 갖춘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도덕성'을 거듭 강조하며 앞으로 준법감시위원회의 활동과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다른 무엇보다 재판 과정서 삼성과 저를 외부서 지켜보는 준법감시위를 통해 삼성이 우리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준법 문화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는 화두를 던져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검이 우려한 사업지원TF는 다른 조직보다 더 엄격하게 준법감시를 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사업지원TF는 삼성이 2017년 초 그룹 해체의 상징으로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미전실)을 없앤 뒤 신설된 조직이다.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장 출신이던 정현호 사장이 팀장을 맡으면서 일각에선 '미전실'의 부활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재용 부회장이 사업지원TF에 대한 세간의 오해를 불식시키면서 준법 감시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최근 출범한 사내 노조에 대해서도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하며 노조 활동을 보장하고, 노조 경영진과 소통해나갈 것을 약속했다.

또 "재벌 폐해로 지적한 것도 시정하겠다,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겠다"고도 말해 눈길을 끌었다.

양형이 선고되면 '총수'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면서 반도체, 인공지능(AI), 5세대·6세대 이동통신, 전장사업 등 분야에서 미래 먹거리 창출과 혁신을 위한 인수·합병(M&A), 대규모 투자 등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은 부친인 이건희 회장을 언급하면서 잠깐동안 눈물을 삼키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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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송영승·강상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피고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은 대법원에서 일부 혐의가 무죄로 확정된 점을 고려해, 앞서 1·2심에서 모두 징역 12년을 구형했던 것보다는 구형량을 낮췄다.

삼성은 이르면 내년 1월 중 나올 최종 선고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수년째 이어진 국정농단 사법리스크가 종지부를 찍길 바라고 있지만 선고 결과를 예측할 수 없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 관련 특검 수사가 시작된 후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까지 약 4년여간 구속 수감, 석방, 파기환송심 등을 거쳤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7년 2월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로 재판을 받으며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1심에서 유죄였던 일부 혐의가 무죄로 뒤집히며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이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8월 이재용 부회장이 2심에서 무죄로 본 뇌물 혐의 일부를 유죄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했고 특검의 재판부 기피 등으로 공전하다 결심공판이 열렸다.

그간 파기환송심에서 이재용 부회장 측은 무죄를 주장하기보다는 재판부의 주문에 따라 준법감시위원회를 구성하는 등의 노력으로 재수감을 피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하며 일부 혐의에 대한 유무죄 판단을 달리했고, 검찰이 징역 9년을 요청하면서 최종 판단은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몫이 됐다.

삼성은 최종 집행유예를 기대하면서도 이재용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2017년의 '총수 부재' 사태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10월 별세한 뒤 이 부회장은 명실상부한 총수로 미래 신사업 확대 등 '뉴삼성'으로의 변화에 고삐를 죄고 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한편 시민사회는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언급했던 준감위의 실효성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경제개혁연대는 준감위가 결국 감형을 위한 조직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파기환송심 재판에서도 준감위의 실효성을 두고 ‘미흡하다’는 의견과 ‘진일보했다’라는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이는 재판부가 준법감시위 활동을 놓고 전문심리위원 3명의 의견을 확인한 과정에서 이뤄졌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추천한 홍순탁 회계사는 삼성 준법감시위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린 반면, 이재용 부회장 측이 추천한 김경수 변호사는 긍정적 변화라고 반박했다. 다만 재판부가 지정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유보적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삼성 준법감시위의 실효성 여부를 이 부회장의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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