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대한경제=김민주 기자] 오는 30일 결심 공판을 앞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재판에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평가 보고서’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준법감시위 평가 보고서에 대한 해석이 결국 이 부회장의 양형에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준법감시위의 실효성, 지속 가능성 등을 평가하기 위해 전문심리위원단을 구성했다. 심리워원은 3명으로 특검 측이 추천한 홍순탁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이 부회장 변호인 측이 추천한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 법원이 추천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으로 각각 구성됐다. 최근 이들이 내놓은 준법감시위 보고서에서 홍 위원과 김 위원의 평가는 부정과 긍정으로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번 재판에서 강 전 헌법재판관이 ‘키맨’으로 떠오르면서, 그의 평가를 두고 특검과 삼성 측의 해석도 팽팽하게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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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1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
△‘키맨’ 강일원 평가 두고 특검-삼성 해석차 극명
22일 법조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특검 측은 전날 이 부회장의 속행 공판에서 강 전 헌법재판관이 준법감시위를 부정 평가했다고 주장했고, 이 부회장 측은 긍정 평가가 더 많다고 정면 반박했다.
특검 측은 “이번 평가 결과로 재판부가 강조한 그룹 총수가 두려워할 만한 정도의 제도라는 점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강 전 헌법재판관이 총수와 직접 관련된 세부평가 항목 9개 가운데 8개가 사실상 미흡하다고 밝힌 점에 주목했다. 또 이 부회장 측이 추천한 김경수 변호사조차도 9개 중 6개 항목에서 미흡한 것으로 평가한 사실도 부각했다.
특검 측은 “결국 범행의 진지한 반성이라는 양형 요소를 인정하기는 불가능하다”며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양형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강 위원과 김 위원이 최고경영진에 대한 준법감시위의 감시활동을 긍정 평가했으나, 특검 측이 추천한 홍순탁 회계사만 삼성의 노력을 전혀 평가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 부회장 측은 “준법감시위는 8개월 동안 안건 833건을 처리하면서 의견제시 129건 등의 조치를 했다”며 “이 부회장은 노조 활동 보장, 4세 경영 포기 등도 국민 앞에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특검 측이 항목별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를 수치화한 것과 관련해서도 “준법감시위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은 O·X로 평가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평가 사항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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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원 전 헌법재판관. [연합뉴스 제공] |
△준법감시위 출범 10개월…“무노조 경영 철폐ㆍ경영권 승계 포기 등 이끌어”
특검과 삼성의 공방이 치열해지면서 준법감시위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양상이다. 준법감시위를 둘러싸고 실효성, 지속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경영권 승계 포기’, ‘무노조 경영 철폐’ 등 잘못된 과거를 단절하는 데 준법감시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지난 2월 출범 이후 현재까지 약 10개월 동안 준법감시위는 준법 경영을 위한 강력한 시동을 걸었다. 그 결과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를 이끌어냈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대국민 사과를 하며, 단순히 법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 부회장은 준법감시위 권고에도 없는 ‘4세 승계 포기’를 깜짝 선언하며 준법 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 같은 달 고공농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와 합의하기도 했다.
창립 이래 굳건하게 지켜왔던 ‘무노조 경영’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지난달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과 경영진은 상견례 겸 1차 본교섭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는 교섭위원의 활동시간을 보장하고, 단체교섭 준비를 위한 임시 사무실 제공 등에 합의하는 등 파격적인 약속을 했다.
지난 17일 열린 임시회의에서는 주주친화 확대를 위해 주요 계열사에 대한 주주총회 온라인 병행 개최와 전자투표 제도 도입을 권고했다. 아울러 공정경제 3법, 노동조합법 개정 사항 취지를 실현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하고, 일감 몰아주기 대상에 새롭게 추가된 회사와의 거래에 대해서는 더욱 철저하게 감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준법감시위는 내년 초 삼성 7개 계열사 최고경영진과 간담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이 자리에서 준법감시위는 준법 경영 의지를 다시 확약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민주기자stella2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