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비아서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
[뉴스웨이브] 김기덕 영화감독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이후 영화계의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현지시간으로 11일 발트 지역 언론 델피는 “김기덕 감독이 11일(현지시간) 라트비아 현지 병원에서 코로나19가 악화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영화계에서는 추모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며 평가가 엇갈렸다. 12일 영화 ‘기생충’ 자막을 영어로 번역한 달시 파켓은 SNS에 김 감독 사망에 대해 “2018년 그의 성폭력 의혹이 TV 프로그램을 통해 보도된 이후 나는 학교 수업에서 그의 영화에 대해 가르치는 걸 중단했다”면서 “만약 누군가 사람들에게 그토록 끔찍한 폭력을 행사한다면 그를 기리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 영화계는 김 감독의 사망에 대해 침묵을 하며 쉽사리 추모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일부 평론가들은 추모 분위기에 선을 긋고 나섰다. 아일랜드 출신 평론가 피어스 콘란은 “그가 촬영장에서 저지른 끔찍한 행동을 언급하지 않은 채 ‘위대한 예술가의 죽음’이라는 애도가 쏟아지는 것을 보고 슬펐다”고 했다. 평론가 박우성도 “대개의 죽음은 애도의 대상이지만 어떤 경우엔 또 다른 가해가 된다”고 말했다. 반면 부산국제영화제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SNS에 “김기덕 감독이 코로나19로 타계했다는 충격적인 비보를 들었다. 발트 병원에 입원한 지 이틀 만인 오늘 사망했다고 한다. 한국 영화계에 채울 수 없는 크나큰 손실이자 슬픔”이라고 고인을 추모했다. 영화 ‘신과 함께’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도 “참 외롭게 가시네요. 인사동 막걸리가 마지막이었네요. 기덕이 형 잘 가요”라며 추모의 메시지를 남겼다. 김 감독은 2년 전 성폭력 증언이 쏟아진 이후 국내 활동을 중단하고 키르기스스탄 등 해외에서 주로 활동했다. 라트비아에 집을 구입하고 영주권을 취득할 계획이었던 김 감독은 11일 코로나 합병증으로 리가의 대학병원에서 사망했다. 그는 생전 명과 암이 뚜렷했다. 1996년 영화 ‘악어’로 데뷔한 그는 베네치아, 베를린, 칸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본상을 받은 유일한 한국 영화인이다. 2004년 ‘사마리아’로 베를린영화제 은곰상(감독상), 같은 해 ‘빈집’으로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 2011년 칸 영화제에서 ‘아리랑’으로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수상했다. 2012년에는 ‘피에타’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작품상)을 받고 이 외에도 다양한 수상 경력을 가졌다. 반면 김 감독은 2018년 미투 폭로가 한창이던 때 여배우·스태프에게 성적인 행위를 강요하고 폭력을 휘둘렀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비판을 받았다. 그는 2017년 영화 촬영현장에서 영화배우 A씨를 폭행한 혐의로 벌금 500만원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후 김 감독은 A씨 등 3명의 여배우와 관련된 폭력 및 성폭력 의혹을 보도한 MBC ‘PD수첩’을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해 지난 11월 항소했다. 한편, 주라트비아 한국 대사관은 “유족이 장례를 위임하겠다는 의사를 전했으며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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