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 검사 면죄부…공수처법 개정 정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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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룸살롱 검사 면죄부…공수처법 개정 정당하다 ‘정의로운 검사’ 댓글놀이, 실명 검사들…지금은 왜, 침묵하나

기사입력2020-12-12 00:0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이 지난 10일 국회를 통과했다. 공수처법 개정안은 야당에게 부여했던 공수처장 후보 추천 거부권을 사실상 회수했다. 이에따라 이르면 내년 초 공수처 출범과 함께 대통령과 집권여당 입맛에 맞는 공수처장 선임도 가능해졌다.

공수처의 독립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 국민의힘도 그렇고 대다수 언론이 공수처법 개정안을 비판·비난하는 데는 나름 근거가 있다. 특히 공수처법 개정안 상정 및 의결 과정의 전후 맥락을 도외시한다면, 집권여당의 폭정으로 보일 수 있다.

28명 여야 의원 기소를 불러온 20대 ‘동물국회’, 나경원 원내대표가 들고 섰던 ‘빠루’ 등 온갖 우여곡절을 거쳐 만들어진 공수처법. 21대국회 출범이후 6개월이 지났음에도, 공수처장 후보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공수처 출범 법정시한(7월15일)을 4개월 이상 넘겨 위법상태였음을 고려하면, 이번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한 평가는 달라져야한다.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할 한 가지. 국민의힘의 무조건적인 반대 때문에 2명의 공수처장 최종 후보를 결정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대한변협 회장마저 “더이상 (공수처장 후보추천위) 회의하는 게 무의미해, 회의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의했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공수처법을 개정하지 않았다면, 국민의힘의 반대로 공수처 출범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말과 같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으로 들어가는 로텐더홀 앞에서 ‘공수처 법 OUT’이란 문구를 들고 민주당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은 공수처 설치 자체를 반대한다. 공수처의 독립성 우려 주장은 공수처 설치를 저지하기 위해 내세운 구실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의 반대는 예정됐던 것이지만, 국민의힘의 억지·궤변을 그대로 지면과 화면에 쏟아냈던 언론의 무책임한 행태는 따져봐야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당신들의 요구가 공수처 독립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을 요구하는 것인가. 아니면 국민의힘과 한 몸이 돼, 공수처 설치를 무산시키기 위한 비난을 위한 비난인가. 대다수 언론이 지금껏 보여줬던 행태에 비춰보면, 이들의 속내는 후자에 가깝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 회의 과정을 중계하면서, 국민의힘의 억지를 비판없이 전달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독립적인 공수처가 출범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했던 언론이 있기나 했는지도 의문이다.

국민의힘의 딴지로 인해 불가피하게 불완전체로 출범하겠지만, 공수처 출범 자체가 갖는 의미는 크고도 중요하다. 대한민국 내에서 그 어떤 행정·사법·입법 기관도 견제하지 못하는 검찰권력의 폭주를, 멈춰 세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남부지검이 발표한 ‘검사 3인 룸살롱 접대 사건’ 수사결과를 보면서, 그 같은 생각은 확신이 됐다.

뇌물성 술접대를 받은 검사가 3명이다. 이 중 1명만을 뇌물죄도 아닌 김영란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나머지 2명은 술자리 중간에 나갔다는 이유 등 온갖 기괴한 셈법을 동원해 불기소 처분했다.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올랐던 사건이고, 윤석열 검찰총장 본인이 직접 수사개시를 명했다는 사건이다. 이처럼 국민적 관심이 쏠렸던 사건에서조차, 검찰은 비리검사에게 대놓고 면죄부를 줬다.

검사 룸살롱 접대사건은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와 도덕적 해이가 일반인의 상식·통념으로 용인할 수준을 넘어섰음을 확인시켰다. ‘검사님들을 위한 99만원짜리 불기소 (양주) 세트’라는 제목의 사진이 SNS에 돌아다녀도, 2300여명 검사 누구하나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의 문민통제에 맞서 ‘정의로운 검사’ 코스프레와 함께 댓글놀이를 즐겼던 수많은 실명 검사들. 지금은 왜, 침묵하는지 정말 궁금하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