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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군에 따르면 장흥문화원(원장 고영천)은 향토사연구팀, 홍순석 해동암각문연구회장(강남대 명예교수)과 공동으로 올해 11월부터 내년 5월까지 암각문 발굴에 나서고 있다.
이번 조사는 (재)한국학호남진흥원에서 실시하는 2020년도 ‘제1기 광주·전남 정신문화 르네상스 문화원 동행사업’에서 ‘문림의향(文林義鄕) 장흥지역 암각문 영상제작’과 ‘장흥의 암각문을 따라 걸으며 옛 선비들을 만나다’ 사업이 선정돼 시작됐다.
지난달 12일부터 29일까지 4차례에 걸쳐 현장조사를 마친 장흥암각문 조사단은 장흥읍, 관산읍, 대덕읍, 부산면, 용산면 지역의 암각문을 대상으로 실측, 탁본, 동영상 촬영을 추진했다.
현장조사에서 확인된 암각문 자료는 장흥읍 11건, 관산읍 15건, 대덕읍 천관산 12건, 부산면 10건, 용산면 6건 등 54건이 확인됐다. 시군 단위 권역에서는 매우 많은 양의 자료가 확인된 셈이다.
특히 부산면 수리봉 정상의 바위에 새겨진 위원량의 망곡서(望哭書) 암각문은 사료적 가치가 매우 높아 대대적인 언론보도는 물론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장조사에서는 암각문 자료의 위치를 좌표로 기록하고 실측했으며, 중요자료 15건을 탁본했다. 부산면 호계리의 ‘겸순찰사한용구영세불방비’ 암각문 외 5건을 추가 탁본해 내년 5월 중에 사업성과 보고서와 탁본전시회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보고서가 완성되면 수리봉의 위원량 망곡서 암각문은 전남의 문화재로 등재 신청할 예정이며, 장천팔경과 장천동 계곡에 산재한 암각문은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등재 신청할 계획이다.
군은 이번 암각문 조사를 통해 장흥지역의 역사문화자원과 기록유산을 발굴·정리해 지역전통문화 보존·계승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홍순석 교수는 장흥지역 암각문 조사를 통해 장흥이 ‘문림의향(文林義鄕)’임을 재확인하는 부수적인 성과가 있었다. 구체적으로 “장천팔경과 부춘정 관내의 암각문은 장흥지역 문사들의 학맥과 경승을 검증하는 자료가 되며, ‘각왜동(却倭洞)’, 사인정의 ‘제일강산(第一江山)’, 위원량의 ‘망곡서(望哭書)’ 등은 우국충정을 바위에 새긴 것으로 장흥이 의향(義鄕)임을 확실시하는 중요한 사료들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천관산 구룡봉 정상의 바위에 새겨진 동방일사(東方一士) 송병선(宋秉璿)을 비롯한 17명의 제명기는 장흥을 비롯한 호남지역 문사들의 학맥과 사상을 살피는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송병선(1836~1905)은 대한제국기의 학자이자 순국지사이다. 우암 송시열의 9세손으로 1905년 을사조약을 반대하다 울분을 토로하며 음독해 순절했다. 유서에서 을사오적 처형, 을사조약 파기 및 의(義)로써 궐기해 국권을 회복할 것을 호소했다. 1962년에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다.
또한, 천관산의 자료는 송병선의 ‘유월출산천관산기(遊月出山天冠山記)’ 기록을 실증해주는 단서이기도 하다. ‘유월출산천관산기’는 1898년 윤 3월 6일에서 16일까지 월출산을 거쳐 천관산을 유람하며 기록한 것이다
당시 천관산 여정은 장천재·구룡봉∼기죽봉∼금수굴, 장천재·여기정·동강·부춘정인데, 장흥 지역의 암각문에 자취가 그대로 남아 있다.
홍순석 교수는 “이번 사업은 동영상제작을 위한 기본조사이므로 문화재 등재를 위해선 보다 구체적인 현장조사와 문헌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장조사에는 위황량(94·장흥문화원고문), 김기홍(전 장흥문화원장), 김일근(83·부산면) 청풍김씨문중원로, 김종관(79·별신굿보존회장), 위종삼(72·장흥위씨장천문회총무), 위계춘(78·장흥위씨도문회장), 위수환(77·장흥위씨도문회) 등 장흥관내의 유지들이 자문했다.
해동암각문연구회 조사팀으로 홍순석 회장, 강양희 부회장, 임병목 부회장, 김윤환 사무국장, 최은철 연구원, 오준석 보조연구원이 참석했다. 장흥문화원 향토사연구팀으로 위성록(씨족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위종만(장흥문화원 사무국장)이 참가했다.
